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은 후,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. 병명도, 치료 과정도 다 힘든 일이지만, 제게 가장 낯설고 혼란스러웠던 건 아버지의 성격 변화였습니다.
단단하고 강한 사람, 늘 앞장서던 가장이 어느 날부터인가 서운함을 자주 표현하고, 쉽게 삐치고,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.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말이죠. 처음엔 당황스러웠고,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도 했습니다. 하지만 곧 이런 변화에도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.
왜 암환자는 성격이 변할까?
암환자가 성격이 변하는 이유는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.
암이라는 질병 자체가 육체뿐 아니라 뇌와 호르몬, 신경계,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.
- 항암치료의 부작용
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는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. 특히 인지 기능 저하, 우울감, 불안감이 함께 오면 감정 조절이 어렵고, 때때로 의존적이고 유아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. - 약물의 영향
스테로이드, 진통제, 수면제 같은 투약 약물들도 환자의 정서적 균형을 흔들 수 있습니다. 실제로 장기 복용 시 공격성, 불안, 혼란, 감정의 격변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. - 죽음에 대한 공포와 외로움
암환자는 항상 생사의 경계에서 살고 있습니다. 겉으로는 담담해 보여도, 속으로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쌓입니다.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고, 보호받고 싶은 마음에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. - 신체적 퇴화와 무기력
걷는 것도 힘들고, 먹는 것도 어려워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좌절합니다. 자존감이 무너지고,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게 됩니다. 이런 무력감은 감정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며, 가족에게 짜증이나 민감함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.
내 아버지, 그리고 나의 마음
솔직히 말씀드리자면, 처음엔 서운했습니다.
내가 이런 걸 다 감당해야 하나 싶었고, 왜 자꾸 나에게만 의지하려 하는지 원망도 들었습니다.
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게 됐습니다.
지금의 아버지는 몸만 아픈 게 아니라 마음까지 지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.
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‘그 사람’은,
지금 병과 싸우느라 임시로 다른 모습이 된 것일 뿐입니다.
그 사실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, 지금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합니다.
가족이 할 수 있는 일
- 환자의 감정 기복이나 유아적인 행동을 비난하거나 지적하지 않는 것,
- 가능한 한 평정심을 유지하며,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,
- 필요시에는 심리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연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.
암 치료는 육체만의 싸움이 아니라, 마음과의 싸움이기도 하니까요.
마무리하며 – 변화된 모습 뒤에 숨은 ‘도움 요청’
암환자의 성격 변화는 흔한 일이지만, 가족에게는 큰 혼란을 줍니다.
하지만 그것은 ‘나빠진 성격’이 아니라, ‘도움을 요청하는 방식’일 수 있습니다.
우리는 그들의 변화된 언어를 사랑과 이해로 번역해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.
아버지를 보며, 저는 아직도 배워가고 있습니다.
‘기자’가 되어 사회의 아픔을 바라보기 전에,
‘아들’로서 가족의 아픔을 먼저 이해하고 있다는 것.
그게 어쩌면 제가 앞으로 글을 쓸 때 가장 소중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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